교육/훈련

폭염도 막지 못한 생명을 향한 손길…구미펫 직업훈련학원 정경옥 원장, 광복절 휴가 반납하고 영주로

광복절 휴일 대신 100여 마리 구조견이 있는 봉사 현장 선택

반려동물뉴스(CABN)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8월의 한복판. 광복절인 15일, 많은 사람이 가족과 휴식을 보내거나 여행길에 오른 가운데 자신의 휴일을 반납하고 경북 영주로 향한 사람이 있다. 구미펫 직업훈련학원 정경옥 원장이다. 정 원장이 휴일을 반납하고 먼 길을 달려온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유기동물들에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애견미용 기술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이날 영주 현장에는 애니멀 호더 환경 등에서 구조돼 보호와 돌봄이 필요한 100여 마리 이상의 구조견들이 머물고 있었다. 정경옥 원장은 안충기 교수와 안충기 유기동물 미용 봉사단, 전문 미용사들과 함께 구조견들의 엉킨 털을 정리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돕기 위한 미용봉사에 참여했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진행되는 유기동물 미용봉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마리를 미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오랫동안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한 구조견은 털의 엉킴이나 오염 상태가 심할 수 있고, 낯선 사람과 미용도구에 대한 두려움도 각각 다르다. 그래서 구조견 미용에는 기술만큼이나 인내와 배려가 필요하다.

 

 

정경옥 원장은 광복절 휴일에도 망설임 없이 현장을 선택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미용이고, 지금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쉬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저에게 더 의미 있는 휴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보다 더 진심을 보여준 것은 행동이었다. 폭염 속에서도 미용 테이블 앞에 서서 구조견 한 마리 한 마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에 맞춰 손을 움직였다.

 

“예쁘게 만드는 미용이 아니라 편안하게 해주는 미용입니다”. 정경옥 원장이 이날 강조한 것은 '예쁜 미용'이 아니었다. 구조견에게 필요한 미용은 외모를 꾸미기 위한 미용과는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심하게 엉킨 털을 조심스럽게 정리하고 오염된 부분을 관리하면서 구조견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다. 정 원장은 “오늘 이곳에서 하는 미용은 아이들을 예쁘게 꾸미기 위한 미용이 아닙니다. 엉킨 털로 불편했던 몸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깨끗한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미용입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의 손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구조견을 만날 때는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고 사람의 손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우리는 모두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용사가 하고 싶은 방식보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미용 테이블에 오른 모든 구조견이 사람의 손길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도 하고 클리퍼 소리에 몸을 움츠리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기다림이다.

 

정 원장은 아이가 긴장하면 잠시 손을 멈추고 상태를 살폈다. 빠르게 한 마리를 끝내는 것보다 미용 과정에서 아이가 또 다른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미용사가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아이에게는 그 시간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구조견은 더욱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구미펫 직업훈련학원 원장에서 한 명의 봉사자로 정경옥 원장은 구미펫 직업훈련학원에서 애견미용 분야의 전문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교육자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는 '원장'이라는 직함보다 한 명의 미용사이자 봉사자로 구조견 앞에 섰다. 오랜 시간 교육과 현장 경험을 통해 쌓아온 전문기술을 대가 없이 도움이 필요한 생명을 위해 사용하는 재능기부였다.

 

정 원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이번 봉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학생들에게 가위질을 잘하는 방법과 미용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지고 돌보는 대상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이어 “좋은 미용사가 되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제가 먼저 현장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교육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배운 기술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전문기술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순간 사용될 때 또 다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정경옥 원장은 학생들이 미용을 단순히 직업적인 기술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열심히 배운 기술로 자신의 직업을 만들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기술을 도움이 필요한 생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정 원장은 이어 “이런 경험을 가진 미용사들이 한 명, 두 명 늘어난다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미용문화와 유기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폭염 속 광복절 휴가를 반납하고 경북 영주를 찾은 구미펫 직업훈련학원 정경옥 원장. 그녀가 이날 보여준 것은 단순한 애견미용 기술이 아니었다. 자신이 배운 기술을 생명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전문가의 책임이었고, 학생들에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자의 모습이었으며, 도움이 필요한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현장으로 달려온 한 사람의 진심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의 휴일이었지만, 한 구조견에게는 자신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사람의 따뜻한 손을 만난 특별한 하루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의 작은 손길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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